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포르투갈의 작은 클럽에서 시작해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최정상 무대를 거치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는 강한 리더십, 현실적인 전술, 압도적인 승부욕으로 팬들과 언론, 선수들 사이에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포르투에서 로마까지 이어진 무리뉴의 감독 커리어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며, 각 구단에서의 전술, 성과, 유산을 되짚어봅니다.
FC 포르투: 무명의 반란, 유럽 제패의 서막
조세 무리뉴는 2002년 FC 포르투 감독으로 부임하며 본격적인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당시 포르투는 국내 경쟁력이 있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중위권에 불과한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리뉴는 철저한 조직력, 강한 정신력, 전술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2002-03 시즌 UEFA컵 우승, 2003-04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합니다. 포르투에서의 전술은 4-3-1-2 또는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한 수비 전환과 빠른 역습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데코, 카르발류, 만리치 등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무리뉴의 손을 거치며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게 되었고, 이들은 이후 빅클럽으로 이적하며 무리뉴의 스카우팅과 육성 능력도 재조명받았습니다. 무리뉴는 2004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모나코를 3-0으로 꺾으며 포르투를 유럽 정상에 올려놓았고, 이 경기 후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그의 커리어 전체에 걸쳐 가장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이며, 이 시기를 통해 무리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전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첼시·인터밀란·레알 마드리드: 승부사의 황금기
2004년 무리뉴는 첼시로 이적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단숨에 리그를 평정하며 ‘즉시 성과형 감독’의 대표주자가 됩니다. 2004-05 시즌, 첼시는 무리뉴의 지휘 아래 EPL 최다 승점, 최소 실점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이듬해에도 리그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첼시 시절 무리뉴의 전술은 전형적인 4-3-3 기반이었으며, 드록바를 중심으로 한 파워풀한 공격, 마켈렐레-램파드-에시앙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의 강력한 압박, 그리고 테리-카르발류의 안정적인 수비가 조화를 이뤘습니다. 이 시기 그는 리그 2회, 리그컵 2회, FA컵 1회 우승 등 첼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으로 등극합니다. 2008년 인터밀란 감독에 부임한 무리뉴는 이탈리아 무대에서도 마법을 이어갑니다. 2009-10 시즌, 그는 세리에 A, 코파 이탈리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달성하며 ‘트레블’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꺾고 올라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은 현대 전술사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이 시즌은 무리뉴 커리어의 정점으로, 인테르를 이끌고 유럽 정상에 오른 두 번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0년부터는 레알 마드리드로 무대를 옮겨 엘클라시코 경쟁의 중심에 섭니다. 무리뉴는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적 수비와 빠른 역습을 기반으로 맞섰으며, 2011-12 시즌 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바르셀로나의 독주를 끊었습니다. 또한, 코파 델 레이, 스페인 슈퍼컵 등 총 3개의 타이틀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증명했지만, 내외적 갈등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로 2013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습니다.
맨유·토트넘·로마: 리빌딩과 현실주의의 진화
무리뉴는 2013년 첼시로 복귀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시도합니다. 2014-15 시즌 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듬해 성적 부진과 선수단 내 갈등으로 경질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그는 과거 퍼거슨의 명성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았지만, 팀 재건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무리뉴는 맨유에서 2016-17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리그컵 우승,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차지하며 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는 퍼거슨 은퇴 이후 가장 성공적인 시즌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포그바 등과의 갈등, 수비 위주의 전술로 인한 팬들의 불만 등으로 인해 2018년 중도 경질되었습니다. 2020년 토트넘의 감독직을 맡은 무리뉴는 팀 최초의 트로피를 위해 분투했지만, 결승 직전 경질되는 아쉬움을 남겼고, 이후 2021년 로마 감독으로 부임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로마에서는 유럽대항전에서의 전략적 운영으로 2021-22 시즌 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는 로마 역사상 첫 UEFA 대회 우승이자 무리뉴 개인 통산 5번째 유럽 대항전 타이틀입니다. 로마에서 그는 젊은 선수 육성과 중하위권 팀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현실주의+성장 전략’이라는 새로운 지도력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전술적으로는 보다 안정된 수비, 유연한 3-4-2-1 혹은 3-5-2 전형을 도입하며, 시대에 맞는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경력이 이제는 ‘우승 제조기’에서 ‘경쟁력 있는 조직 설계자’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세 무리뉴는 단순한 전술가가 아닌, 시대와 구단의 요구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온 축구 철학자입니다. 포르투에서 시작해 첼시, 인테르, 레알, 맨유, 토트넘, 로마까지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트로피 이상의 가치와 상징을 남겼습니다. 그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 중심에서 언제나 결과를 만들어낸 지도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