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문화 자체에 영향을 준 사상가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의 축구 철학은 "공격적인 축구"와 "품격 있는 리더십"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아스날에서 22년간 감독직을 맡으며 영국 축구의 흐름을 바꾼 벵거는,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감독이 아니라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자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벵거 감독이 추구한 '공격과 품격의 축구'에 대해 스타일, 철학, 리더십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한 철학
아르센 벵거의 축구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는 단순히 이기기 위한 축구가 아니라, 팬들이 즐기고 감동할 수 있는 축구를 추구했습니다. 아스날의 축구는 그의 지휘 아래 점유율 중심의 패싱 플레이, 유기적인 움직임, 창의적인 미드필더의 전개가 핵심이었습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는 “축구는 예술이며, 우리는 예술가처럼 플레이해야 한다”였습니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이전에도 유사한 짧은 패스 위주의 전술을 프리미어리그에 도입했습니다. 2003-04 시즌 무패 우승을 이룬 아스날 팀은 앙리, 베르캄프, 피레스, 융베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레이로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경기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품격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벵거는 수비만을 위한 축구를 지양하고, 창조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경기장뿐 아니라 훈련과 선수 기용에서도 반영됐습니다. 그는 선수에게 자유를 부여하며 창의성을 극대화했고, 기술이 뛰어난 선수를 선호했으며, 실수를 통한 성장을 허용하는 지도 방식으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습니다.
경기력보다 중요한 클럽 스타일
벵거는 아스날이라는 구단이 단순히 경기만을 하는 팀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기능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클럽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이미지, 도덕적 기준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적시장과 관련된 철학에서 드러납니다. 벵거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스타 선수를 사들이는 대신,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되었고, 실제로 파브레가스, 클리시, 송, 월컷 등 수많은 유망주가 그의 지도 아래 주전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축구에서 페어플레이와 존중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라이벌 감독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클럽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고, 언론 인터뷰에서 과격한 발언을 삼가며 지도자로서의 품위를 지켰습니다. 아스날이 승리보다도 '어떻게 플레이했는가'에 대한 평가를 받았던 시절, 벵거의 이런 철학은 클럽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벵거는 또 다른 방식으로 클럽의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은 단기적으로는 팀 전력 약화를 불렀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단의 재정 자립 구조를 가능케 한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 안목과 신뢰 기반의 경영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현대 축구계에서 드물게 평가받는 리더십 유형이었습니다.
‘품격 있는 승부’에 대한 리더십
벵거가 지닌 가장 독특한 리더십은 ‘품격’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 승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예를 들어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져도 격렬하게 항의하거나 비신사적인 행동을 자제했고, 선수들에게도 경기를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감독으로서 결과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태도를 더욱 높게 평가했고, 이는 아스날의 브랜드 이미지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그의 리더십 방식은 군림형이 아닌 신뢰 기반의 참여형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자율을 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인내심 있는 지도자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는 실패한 선수에게도 기회를 반복해서 제공하며, 선수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선수단 내부에 신뢰와 헌신을 유도하는 효과를 낳았고,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또한 벵거는 축구 외적인 교양과 지식도 갖춘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언어학, 철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지식은 그의 소통 능력과 통찰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수들과의 관계에서도 단순히 전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조언과 가치관까지 함께 나누는 멘토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제자들이 은퇴 후에도 그를 '축구 이상의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르센 벵거는 단지 많은 승리를 거둔 명장이라기보다, 축구가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사상가형 감독이었습니다. 그의 공격적 전술, 클럽의 정체성에 대한 고집, 그리고 무엇보다 '품격 있는 축구'에 대한 철학은 현대 축구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벵거의 축구는 수치와 성과를 넘어, 축구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깊이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훌륭한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