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직에서 은퇴를 선언했을 때, 이는 단순히 한 감독의 퇴장을 넘어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었습니다. 27년간 맨유를 이끌며 38개의 트로피를 안겨주고 클럽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그의 빈자리는 상상 이상으로 컸습니다. 퍼거슨 시대의 영광에 익숙했던 맨유 팬들은 새로운 감독 아래서도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후 10년은 '혼돈'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감독이 부임했지만 누구도 퍼거슨의 유산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고, 클럽은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방황해야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맨유는 잦은 감독 교체, 일관성 없는 선수단 운영, 그리고 경기장 안팎의 끊이지 않는 문제들로 얼룩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알렉스 퍼거슨 은퇴 이후 10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겪었던 계승 실패의 원인, 심각했던 혼란의 양상,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재정비 노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계승 실패: 'Chosen One'부터 여러 감독까지, 퍼거슨의 거대한 그림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그의 직접적인 추천을 받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부임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가 'Chosen One(선택받은 자)'으로서 퍼거슨의 성공을 이어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에버튼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팀 운영 능력이 높이 평가받았지만, 맨유는 에버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압박과 기대를 요구하는 클럽이었습니다.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이 구축해 놓은 강력한 라커룸 문화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기존 스타 선수들과의 관계 설정에도 실패했습니다. 훈련 방식의 변화, 코치진 교체 등 퍼거슨 시대의 유산을 성급하게 지우려 한 시도들은 오히려 선수단의 동요를 불러왔습니다. 결국 성적 부진과 팀 장악력 상실로 인해 모예스 감독은 부임 10개월 만에 경질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는 퍼거슨 이후 첫 계승 시도가 처참하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맨유는 루이 반 할, 주제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그리고 잠시 랄프 랑닉 감독까지 여러 스타일의 지도자들을 영입하며 반등을 꾀했습니다. 루이 반 할 감독은 명확한 축구 철학을 가지고 팀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그의 점유율 축구는 팬들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고, 선수단과의 소통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FA컵 우승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어진 주제 무리뉴 감독은 단기간에 유로파리그와 리그컵 우승을 안겨주며 '승리 DNA'를 주입하려 했지만, 그의 전술 스타일과 선수단 관리 방식은 맨유의 전통적인 색깔과 충돌했고, 결국 불화 속에서 팀을 떠났습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클럽의 레전드로서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고, 잠시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술적인 한계와 경험 부족이 드러나며 꾸준한 성적을 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명의 감독들이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누구도 퍼거슨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거나 클럽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후임 감독들의 개인적인 역량 문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퍼거슨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남긴 그림자가 너무 크고, 그가 구축한 독보적인 시스템을 외부인이 단기간에 이해하고 운영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클럽 수뇌부의 일관성 없는 감독 선임 기준과 장기적인 계획 부재 역시 계승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퍼거슨 시대의 성공이 특정 개인의 역량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10년이었습니다.
혼란: 잦은 감독 교체, 불안정한 선수단, 그리고 흔들리는 클럽 정체성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10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혼란의 징후는 잦은 감독 교체였습니다. 10년 동안 정식 감독만 5명(모예스, 반 할, 무리뉴, 솔샤르, 텐 하흐)이 바뀌었고, 임시 감독까지 포함하면 더 많습니다. 이는 과거 27년간 한 명의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안정성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감독이 자주 바뀌면서 팀의 전술적 색깔과 플레이 스타일은 계속해서 변화했고, 선수들은 매번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이는 선수단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팀워크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감독 교체와 더불어 선수단 운영 역시 불안정했습니다. 맨유는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막대한 이적료를 지출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비싼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들이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선수단 구성에 일관된 철학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정 포지션에는 선수들이 몰려 과포화 상태가 되었지만, 다른 포지션에는 취약점이 계속해서 드러났습니다. 또한, 퍼거슨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선수들의 태도 문제나 라커룸 불화설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면서 팀 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퍼거슨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통제했던 선수단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선수들이 클럽보다 위에 서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클럽의 소유주인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팬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성적 부진과 막대한 부채, 그리고 클럽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글레이저 아웃(Glazers Out) 시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분노는 선수단과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클럽 전체가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되었습니다. 과거 '승리 DNA'와 '맨유 정신'으로 대표되던 클럽의 정체성 또한 흔들렸습니다.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어떤 선수들을 영입하여 어떤 팀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 없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모습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이후 10년간 기나긴 혼돈의 터널을 지나야 했습니다.
재정비: 새로운 리더십, 구조 개편, 그리고 희미한 희망
알렉스 퍼거슨 시대 이후 10년간의 혼란 속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끊임없이 재정비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의 시도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임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명확한 전술 철학과 강력한 규율로 성공을 거두었던 텐 하흐 감독은 맨유의 오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는 부임 초기부터 선수단의 기강을 잡고, 자신의 축구 스타일(후방 빌드업, 압박, 포지션 플레이)을 팀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한 것은 텐 하흐 감독이 팀 장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의 지도 아래 맨유는 2022-2023 시즌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며 6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리그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재정비 노력의 첫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감독 교체와 더불어 클럽 내부의 구조 개편 노력도 이루어졌습니다. 과거 에드 우드워드 전 부회장이 축구 운영 전반에 걸쳐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존 머터프와 대런 플레처 등이 참여하는 '풋볼 디렉터' 중심의 운영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선수 영입 및 방출, 장기적인 스쿼드 계획 등 축구 관련 의사결정을 축구 전문가들에게 맡기려는 시도로, 보다 체계적인 클럽 운영을 목표로 합니다. 비록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주먹구구식 영입보다는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또한,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하고, 1군 팀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퍼거슨 시대의 핵심 동력이었던 유소년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비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도 기복 있는 경기력과 선수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포지션에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프리미어리그 내 다른 경쟁 팀들(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등)의 전력이 강해지면서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클럽의 소유권 문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구단주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맨유의 미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은퇴 이후 10년은 맨유에게 힘든 시기였지만, 이 기간 동안 겪은 실패와 혼란은 클럽이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습니다. 현재의 재정비 노력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긴 여정의 일부이며, 맨유가 다시 한번 진정한 명문 클럽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