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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클래스 오브 92, 어떻게 만들어졌나? (유소년, 성장, 육성)

by 월백수 2025. 5. 4.

‘클래스 오브 92(Class of '92)’는 단순한 유소년 선수 그룹을 넘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추구한 축구 철학과 팀 운영 전략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끈 핵심이자,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유소년 출신 세대로 평가받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클래스 오브 92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퍼거슨 감독이 어떤 육성 철학으로 이들을 리드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92년 전성기 시작

스카우팅과 퍼거슨의 유소년 철학

클래스 오브 92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퍼거슨 감독의 확고한 유소년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1986년 맨유 부임 당시부터 “1군의 성공은 유소년 시스템이 바쳐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으며, 유소년 아카데미를 단순한 보조기관이 아닌 클럽 운영의 핵심 축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유소년 코치진 정비, 스카우팅 네트워크 확장, 교육과 인성 중심의 육성 시스템 도입 등을 주도하며 기반을 다졌습니다.

퍼거슨은 재임 초기부터 영국 전역은 물론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유망한 10대 선수들을 발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고의 공을 세운 인물 중 한 명이 청소년 육성 책임자 에릭 해리슨(Eric Harrison)입니다. 그는 스카우팅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기초 기술, 태도, 멘털을 철저하게 훈련시켰고, 퍼거슨은 이 시스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클래스 오브 92로 불리는 이 그룹에는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게리 네빌, 필 네빌, 니키 버트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모두 1992년 FA 유스컵 우승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퍼거슨의 판단 하에 1군으로 빠르게 승격됐습니다. 퍼거슨은 단순히 이들이 기량이 뛰어나서 기용한 것이 아니라, 태도, 훈련 집중도, 팀워크, 책임감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그들의 잠재력을 신뢰한 결과였습니다.

퍼거슨의 유소년 철학은 “기회는 줄 수 있지만, 책임은 선수 본인이 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작동했습니다. 그는 경기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기회를 계속 부여했으며, 동시에 팀 훈련에서 기준 미달일 경우 즉각 경고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리더십이 클래스 오브 92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긱스, 스콜스, 네빌 형제의 성장 배경

클래스 오브 92의 상징적 인물인 라이언 긱스는 웨일스 출신으로, 14세에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했습니다. 퍼거슨은 긱스가 가진 좌측 돌파 능력, 체력, 공간 인지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1991년 1군 데뷔 이후 빠르게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퍼거슨은 긱스에게 “기술은 타고났지만, 꾸준함은 훈련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했고, 이는 긱스가 40세까지 활약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 되었습니다.

폴 스콜스는 다른 유소년 선수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주목받았지만, 퍼거슨은 그의 패스 능력, 시야, 골 결정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스콜스는 1군 승격 이후 단숨에 중원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퍼거슨은 그의 몸이 작고 느리다는 단점을 전술적으로 보완해 주며 스콜스를 ‘생산적 플레이메이커’로 발전시켰습니다. 퍼거슨은 “스콜스는 말은 없지만, 경기장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다”며 그의 전술적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게리 네빌과 필 네빌 형제 역시 클래스 오브 92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이들은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보다는 성실함과 헌신을 무기로 성장한 선수들이었습니다. 특히 퍼거슨은 게리 네빌을 팀의 정신적 지주로 키웠고, 주장직까지 부여하며 라커룸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인물로 삼았습니다. 필 네빌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자원으로 팀 내에서 유용한 역할을 맡았고, 퍼거슨은 이 같은 ‘팀에 꼭 필요한 조연’을 중요시했습니다.

니키 버트 또한 뛰어난 수비력과 활동량으로 1군에서 중용되었으며, 퍼거슨은 버트가 기술적 측면에서 부족하더라도 전술적 헌신과 투지로 경기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클래스를 나누기보다는 ‘역할의 가치를 인정하는 리더십’을 실천했고, 이는 클래스 오브 92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오랜 시간 팀에 헌신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유소년을 곧 1군으로, 퍼거슨식 육성 시스템

퍼거슨의 클래스 오브 92 육성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빠른 통합’입니다. 그는 유소년 선수를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바로 1군에 합류시켜 실전 경험을 부여했고, 이는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동기를 동시에 부여했습니다. 단순히 벤치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중요한 시간대’에 기용함으로써 선수 스스로가 ‘팀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체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맨유 클럽 문화 자체를 바꾸는 효과를 냈습니다. 유소년 선수들은 ‘퍼스트팀에 가기 위해 외부로 임대돼야 한다’는 인식 대신, 내부에서 성장해 자연스럽게 1군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확보했고, 이는 구단 전체의 정체성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퍼거슨은 유소년 팀과 1군의 연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훈련장도 공유하게 했고, 1군 선수들이 유소년 경기를 관전하거나 피드백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었고, 1군 선수들에게는 후배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긱스, 스콜스, 네빌 형제는 이후 주장단에 포함되면서도 유소년 출신 선수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세대 간 연대’를 실현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또한 퍼거슨은 어린 선수들에게 전술만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경기 후 복장, 기자회견 태도, 인터뷰 언어 선택까지 세심히 지도했으며, 선수들을 단순한 축구인이 아닌 ‘프로 조직원’으로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베컴, 스콜스, 긱스 모두 외부 활동이나 개인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에도 팀을 우선시하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클래스 오브 92는 단순한 유망주 그룹이 아니라, 퍼거슨 철학이 낳은 결과물이자, 축구계에 길이 남을 육성 모델입니다. 퍼거슨은 이들을 통해 '강팀을 외부 자금이 아닌 내부 역량으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이는 지금도 수많은 구단과 지도자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클럽 모델로 회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