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elotti)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유연하고 실용적인 전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단순히 한 가지 전술 철학에 고집하지 않고, 맡은 팀과 선수 구성, 리그 환경에 맞춰 포메이션과 전술을 유동적으로 바꿔가며 최고 수준의 성과를 꾸준히 거둔 감독입니다. 특히 AC 밀란, 첼시, 파리 생제르맹,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에버턴 등 유럽 5대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감독으로, 각 팀에서의 전술적 접근 방식은 저마다의 독창성과 전략적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본문에서는 안첼로티의 전술 철학을 대표 포메이션별로 정리하며, 그의 전술 진화 과정을 분석합니다.
1. 밀란 시절의 4-4-2 다이아몬드 전술
카를로 안첼로티가 AC 밀란을 이끌던 2000년대 초반, 그는 4-4-2 다이아몬드 미드필드 포메이션으로 유럽 축구를 지배했습니다. 이 전술은 단순한 공격·수비 배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안첼로티의 전술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4-4-2 다이아몬드는 중앙 밀집 구조를 통해 미드필드의 점유율을 극대화하며, 공수 전환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안첼로티는 당시 안드레아 피를로를 수비형 미드필더(regista)로 기용하면서, 공격적인 빌드업의 시작점을 후방에서 설정했습니다. 피를로는 공을 배급하며 전술의 축이 되었고, 가투소는 활동량으로 수비를 보완했습니다. 양쪽 측면에는 공격적인 성향의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수행하면서, 미드필드 폭을 보완했습니다. 공격진에는 카카, 세도르프, 셰브첸코, 인자기 등 창의성과 결정력을 가진 자원들이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의 최전방과 2선에 배치됐습니다. 특히 카카는 전형적인 '트레콰르티스타' 역할을 수행하며 공격 전개에서 자유도를 부여받았고, 이는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안첼로티의 이 시스템은 2003년과 2007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완성도를 증명했고, 이후 여러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교한 수비 빌드업과 조직력, 그리고 창의적 2선 자원의 활용’은 밀란 시절 안첼로티 전술의 핵심이며, 오늘날에도 이 구조는 다양한 변형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역습 강화형 4-3-3
레알 마드리드 시절 안첼로티는 또 다른 색깔의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밀란 시절의 중원 장악형 축구에서 벗어나, 빠른 템포와 강한 전환을 중시하는 4-3-3 전술로의 전환이었습니다. 특히 2013–14 시즌, 그는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구성된 BBC 트리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중원 조합을 통해 안정감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전술을 완성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의 중원 구성은 매우 전략적이었습니다. 루카 모드리치와 사미 케디라는 박스 투 박스 스타일로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지원했고, 찰비 알론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빌드업의 핵심이자 수비 라인 앞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조합은 빠른 역습 전개와 넓은 폭을 활용하는 측면 공격, 그리고 미드필더의 강한 활동량을 조합하여 전술적 다채로움을 만들었습니다. 전방의 BBC 트리오는 수직적 공격 전개와 측면 돌파에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였고, 안첼로티는 이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 시에는 4-2-4 형태로도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팀을 조직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수비 시에는 전방 3명이 빠르게 복귀해 4-5-1처럼 전환되도록 조직적인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안첼로티는 ‘공간을 빠르게 점유하고, 전환에 강한 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과거 밀란 시절의 정교한 조율형 축구와는 다른 성격이었으며, 팀이 가진 자원에 최적화된 유연한 전략을 통해 챔피언스리그 우승(라 데시마, 통산 10번째)을 달성하며 전술적 다양성을 증명했습니다.
3. 에버턴·바이에른 등에서의 상황별 포지션 변형 전략
안첼로티의 진짜 강점은 ‘강팀만 잘 다룬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능력입니다. 그는 에버턴, 바이에른 뮌헨, 나폴리 등 다양한 리그와 중위권 팀에서도 성공적인 전술 실험을 통해 안정적인 팀 운영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팀 사정과 리그 특성, 선수 자원의 수준에 따라 포메이션을 적절히 조합하는 능력은 그를 전술의 마에스트로로 불리게 만든 핵심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그는 4-2-3-1과 4-1-4-1을 병행하며 선수들에게 자유도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알칸타라, 하비 마르티네스, 비달 같은 중원 자원을 활용해 미드필드 지배력을 높이고,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펩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다소 ‘과도한 전술 훈련’으로 피로감을 느낀 선수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며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선수 중심’의 운영 방식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에버턴에서는 4-4-2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잉글랜드 스타일 전술을 기반으로 운영했습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선수에 맞는 전술’이었습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볼 소유 중심 전개를 시도했고, 도미닉 칼버트-르윈과 히샬리송을 활용한 2톱 전략으로 수직적 플레이를 강조했습니다. 안첼로티는 에버턴을 강팀 수준으로 탈바꿈시키지는 못했지만,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팀의 전술 정체성을 명확히 잡고, 잉글랜드 내에서 다시 한 번 평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안첼로티는 팀의 규모, 자원, 리그 특성에 맞춰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유연성과 적응력을 갖춘 지도자입니다. 한 가지 철학에만 갇히지 않고, 선수들의 특성과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실용주의적 접근은 오늘날에도 많은 젊은 지도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고정된 전술이 아닌, ‘유연한 전술 구성’과 ‘선수 중심 운영’으로 각기 다른 팀에서 최고의 성과를 일궈낸 명장입니다. 밀란의 다이아몬드, 마드리드의 역습 4-3-3, 에버턴의 전통 4-4-2까지—그의 전술 진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상황을 읽고 맞춰가는 깊은 전략적 사고의 결과입니다. 이는 오늘날 감독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실전형 전술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