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어난 전술과 지속적인 성과로 축구계를 사로잡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EPL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펩의 EPL 업적과 비교 감독들, 전술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그 진정한 위상을 분석합니다.
1. 펩 과르디올라의 EPL 성적과 기록: 압도적인 숫자의 위력
펩 과르디올라는 2016년 맨체스터 시티에 부임한 이래 프리미어리그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일궜습니다. 그는 2023-24 시즌까지 총 5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이는 알렉스 퍼거슨(13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 기록입니다. 그러나 퍼거슨이 26년간 맨유를 이끈 것과 비교하면, 펩은 단 7 시즌 만에 그에 버금가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줍니다.
펩의 성적은 단순히 우승 횟수뿐 아니라 ‘어떻게 우승했는가’에서도 압도적입니다. 2017-18 시즌에 맨시티는 EPL 사상 최초로 ‘승점 100점’을 달성했고, 당시 골득실 +79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시즌 중 18연승, 최다 골(106골), 최다 승(32승) 등 무수한 기록을 새로 쓰며 ‘센추리언 팀’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펩은 2020-21, 2021-22, 2022-23 시즌을 포함해 EPL 3연패를 달성하며 잉글랜드 리그에서 흔치 않은 지배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2022-23 시즌은 FA컵,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한 트레블 시즌으로 기록되며, 펩은 EPL 역사상 퍼거슨 이후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감독이 되었습니다.
펩이 이끄는 팀은 평균 점유율 65% 이상, 시즌 90골 이상의 공격력, 경기당 평균 2.3점 이상의 승점 수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EPL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평가받습니다.
2. EPL 역사적 명장들과의 비교: 펩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프리미어리그에는 펩 외에도 많은 전설적인 감독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알렉스 퍼거슨(맨유), 아르센 벵거(아스널), 주제 무리뉴(첼시) 세 명은 ‘빅3 명장’으로 불리며 EPL의 성장에 기여해 왔습니다.
알렉스 퍼거슨은 EPL의 창립 이후 가장 오랫동안 성공을 이어간 감독입니다. 그는 13회의 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유산을 남겼고,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등 ‘클래스 오브 92’를 키워내며 유소년 시스템을 통한 성공 모델도 완성했습니다. 다만, 퍼거슨의 전술은 시대마다 변화에 적응하는 ‘융통성’에 가까웠고, 특정 스타일의 압도적 전술 혁신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아르센 벵거는 ‘무패 우승’을 통해 EPL 전술 지형을 바꿨고, 유럽식 패싱 축구를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입니다. 그는 영국의 피지컬 축구 흐름에 ‘기술과 조직’을 덧입혀 아스널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벵거는 2004년 무패 시즌 이후 리그 우승과는 멀어졌고, 전술적 혁신은 초기의 임팩트에 비해 지속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주제 무리뉴는 실용적 축구와 강력한 수비 조직으로 EPL에 충격을 안긴 인물입니다. 그는 2004-05 시즌 첼시를 EPL 사상 최저 실점(15골)으로 우승시키며, 전술의 현실성과 효율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무리뉴의 축구는 펩처럼 ‘주도권을 지배하는 축구’보다는 ‘상대 약점을 찌르는 축구’에 가까웠고, 지속적인 지배보다는 순간적인 성공에 집중하는 전술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펩 과르디올라는 전술, 결과, 철학, 지속성의 네 박자를 모두 갖춘 감독입니다. 그는 단순히 우승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고, 축구의 방향성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타 감독들과 본질적으로 차별화됩니다.
3. 펩이 남긴 EPL 내 전술적 유산과 영향력
펩 과르디올라는 단순히 트로피를 들어올린 감독이 아닙니다. 그는 EPL 내에서 ‘어떻게 축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과거에는 영국 축구가 피지컬과 롱볼 위주였다면, 펩 이후 많은 팀들이 빌드업, 점유율, 인버티드 풀백, 하프스페이스 활용 등 복잡한 전술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테타(아스널), 데 제르비(브라이튼), 빈센트 콤파니(번리) 등 펩의 영향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받은 감독들이 등장해 팀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하위권 팀들도 더 이상 단순 롱볼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펩의 전술은 ‘감독의 전술이 팀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펩의 ‘인버티드 풀백’ 시스템은 현재 EPL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풀백이 미드필더처럼 중앙으로 들어와 수적 우위를 만들고, 후방 빌드업에서 안정감을 더하며, 수비 전환 시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전술은 수많은 분석가들과 코치들에게 교과서처럼 다뤄지고 있으며, 유소년 팀에서도 적극 도입되고 있습니다.
또한 펩은 ‘유동성 있는 포메이션’을 EPL에 정착시켰습니다. 과거에는 4-4-2, 4-3-3 등의 고정 포메이션이 일반적이었지만, 펩은 경기 흐름에 따라 2-3-5, 3-2-4-1, 3박자 전환 구조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포메이션보다 ‘원리’를 우선시하는 현대 축구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서, EPL의 전술적 수준 자체를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점유율과 포지셔닝 축구의 확산, 유소년 지도법의 진화, 그리고 감독 중심 전술 시대의 개막입니다.
우승 횟수만으로 보면 펩은 퍼거슨보다 적습니다. 그러나 경기 내용, 전술 영향력, 지속적인 혁신, 시대를 초월한 축구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는 EPL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감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퍼거슨이 결과로 EPL을 지배했다면, 펩은 결과와 내용, 철학까지 동시에 지배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그는 ‘EPL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 불릴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